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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ume 01 | 소녀를 위한 진혼곡 여고괴담2 ( Memento Mori )

by thebom posted Aug 0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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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를 위한 진혼곡

여고괴담2 ( Memento Mor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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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괴담2:메멘토모리’(1999)는 7월 9일, 학생들이 등교하는 오전 7시부터, 야간 자율학습시간이 끝나는 오후 10시까지 단 하루 동안의 이야기를 담는다. 신체검사라는 연례행사를 제외한다면 여고생들에게 더없이 평범한 하루지만 효신(박예진 분)에게는 특별한 날이다. 사랑하는 친구 시은(이영진 분)의 생일이자 자신이 새로 태어나는 날, 즉 D-Day(디데이)이기 때문이다. 신체검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효신을 이를 기념하고자 투신자살을 한다. 효신의 죽음 후 학교는 어수선해지고 이 틈을 타 민아(김규리 분)는 효신과 시은의 교환일기를 통해 그들의 발자취를 쫓는다. 

 

말랑말랑한 성장판이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켤 무렵, 우리는 흔히 첫사랑이라는 생경한 감각과 조우한다. ‘처음’이란 대개 시행착오를 수반하기 때문에 불완전하고도 불안정한 이 마음이 상대방에게 어떤 파장과 영향을 줄지 감히 가늠할 수도 없다. 다만 온 힘을 다해 사랑할 뿐이다. 성별과 관계없이 처음으로 느낀 뜨거운 마음을 첫사랑이라고 명명할 수 있다면, ‘여고괴담2: 메멘토모리’(이하 ‘여고괴담2’)는 여고생들의 처절하고 아름다운 첫사랑 회고록이라고 소개해도 무리가 없을 듯 보인다. 

김태용·민규동 감독의 영화 ‘여고괴담2’는 공전의 히트를 쳤던 ‘여고괴담1’의 속편으로 개봉 당시 많은 화제를 모았다. 상업적 공포물로 대중적 입맛을 충족시킨 ‘여고괴담1’의 파급력을 기대했으나 ‘여고괴담2’는 새롭고 독특한 실험을 앞세웠다. 그 결과 흥행 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당대 최고의 파격으로 분류되던 동성애라는 소재와 미묘하고 예민한 여고생들의 감정 선을 잘 버무리며 단순한 공포영화를 뛰어넘은 잘 짜인 성장드라마로 호평을 받았다. 그렇다면 ‘여고괴담2’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소문이 만들어낸 괴담 

 

‘여고괴담2’는 학교괴담으로 분류되는 통속적이고 관습적인 공포 이야기의 틀을 벗어난다. 대신 사랑, 시기, 질투, 애증, 집착, 번민 등 구체적이고 히스테릭한 소녀들의 감정을 엮어내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연을 집요하게 들여다보는 방식을 선택한다. 감정보다는 교칙, 개인보다는 집단이 우선시 되는 학교라는 좁다란 사회에서 ‘나’와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간주하고 마는 여고생들의 보편적인 심리를 영리하게 활용한다. 학교라는 사회의 정치적 의미를 최소화하는 대신, 여고생들의 실질적인 고민을 통찰하려고 노력한 젊은 감독들의 세심함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특별하고 성숙했던 효신은 따돌림의 표적이 되고, 국어교사와의 실체 없는 스캔들 주인공이 된다. 결국 하나뿐인 친구이자 연인인 시은에게까지 외면을 당하자, 효신은 죽음을 선택한다. 괴담 자체에서 기인한 괴담을 다루는 대신, 소녀들 사이를 부유하는 소문이 괴담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통해 이것이 얼마나 비극적인 결말로 귀결되는지 방증한다. 말초적 요소로 승부수를 띄우는 공포영화에서는 흔히 느낄 수 없는 애처로움과 처연함이 ‘여고괴담2’에 만연히 깔려 있다. 

 

 

애매모호함의 미학

 

‘신체검사 날 효신이 투신자살을 했다’라는 텍스트에는 인과관계에 대한 수많은 의문이 숨어있다. 단 하루 동안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으나 반복적인 플래시백 기법으로 영화는 내밀한 과거의 이야기까지 모두 아우른다. 현재와 과거가 모호하게 교차되는 가운데에서도 관객이 영화 속에서 길을 잃지 않는 이유는 징표처럼 남은 효신과 지은의 교환일기와 그들에게 흥미를 느끼고 관계를 집착적으로 파헤치는 민아 때문이다. 효신과 시은의 사연은 제3자인 민아를 통해 적나라하게 밝혀진다. 그러나 민아를 관객의 설명을 돕는 관찰자적 인물로 볼 수만은 없다. 효신의 투신자살 직후, 학교가 소란스러워진 가운데 민아는 복도에서 멀쩡하게 살아있는 효신과 조우한다. 이후, 민아는 효신의 진실에 다가가면서 그녀와 동일시를 이루고 종래에는 효신을 대신해 시은과 텔레파시로 교감한다. 이렇듯 환각과 상상으로 버무려진 세 소녀의 시점으로 영화는 모호한 매력을 더한다. 

이 모호함은 영화의 상징들과 만나 절정을 이룬다. 어항 속 거북이가 풀려나고 하늘에서 붉은 새가 날아든다. 오프닝 때 수면 아래서 버둥대던 시은은 효신을 두고 홀로 빠져나오고, 효신은 죽음을 맞이한다. 중요한 모티프인 성장의 상징 또한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효신은 육체적 성장을 기록하는 신체검사 날 죽음을 택했으며, 영화 속에는 성장을 연상케 하는 두 번의 생물수업이 등장한다. 효신은 시은을 만날 때마다 성장기를 대표하는 우유를 준다. 

 

 

첫사랑에 대한 단상

 

평범한 하루, 풋풋한 여고생들의 일상은 욕망 관계에 휩싸이면서 멜로를 형성한다. 동성애적 관계로 묶여 있으나, 사랑을 갈구하고 진심을 오해하며 다투고 화해하는 시은과 효신의 모습에서는 보편적인 첫사랑 감정이 투영된다. 

이 관계에 직접적으로 끼어든 민아는 시은과 묘한 감정을 나누며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시은과 효신의 관계를 파헤치며 변해가는 민아를 “배신자”라고 칭하며 분노하는 연안(김재인 분) 또한 민아에 대해 남다른 독점욕과 질투심을 보인다. 이들은 헐거운 우정과 사랑의 틈새를 자유로이 넘나든다. 

정신적으로 성숙한 효신에게 지나치게 의존적인 유약한 국어교사 형석(백종학 분)이 있고 유부남 형석을 짝사랑하는 지원(공효진 분)이 있다. 여기에 그리고 형석과 효신의 관계를 걱정하며 때로는 질투하는 시은의 모습까지 ‘여고괴담2’는 다양한 첫사랑의 단상을 안고 있다. 이렇듯 ‘여고괴담2’는 불안하고 고독한 세기말, 당대 여고생들의 치열한 고민과 달뜬 첫사랑을 간직한 성장드라마다. 비록 장르적 제한에 발이 묶였으나 현재와 과거, 진실과 거짓, 탄생과 죽음이 교차하고 때로는 맞물리며 씹을수록 새로운 맛을 내는 작품으로 오랜 시간 영화 팬들에게 회자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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