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좋아하는 일은 토요일 오후를 좋아하는 것만큼이나 보편적인 일이다. 수영을 즐겨 하는 이들은 물론이요, 발을 담그는 것조차 무서워하는 이들 역시 바라보는 식으로 바다를 좋아한다. 그곳에 가면 어느 것에도 닿지 않은 공기를 맡을 수 있다.
곧은 자태의 야자나무가 오세아니아의 한 나라를 여행했을 때의 일을 상기시킨다. 랜드마크를 바쁘게 도는 여행에 지쳐 숙소 근처의 한 바다를 찾았고, 그곳에서 나도 모르게 깊은 낮잠에 든 것이다. 덕분에 오후 일정은 모두 무산이 되었지만 이제 와 생각해보면 여행 중 단연 가장 좋았던 순간이었다. 여행 중 가장으로 꼽는 순간들은 대개 뜻밖의 순간이다.
the bom volume 05 <Classic Summer> '보편적 바다, 금능으뜸원해변' 중에서
글 라어진 / 사진 김보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