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재주 하나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은 언제부턴가 무척 이상적이게 들린다.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누구든 고민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하고 싶은 일을 이따금 생각하며 해야 하는 일을 하며 살아간다. 세상 어딘가 꼭꼭 숨어있던 작가들을 세상에 소개하고 작가들에겐 기회를 제공하는 ‘소다공‘은 그렇게 ’가진 재주로도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생겨났다.
interviewee '소다공'
─
뜻밖의 갤러리
작년 여름, 작은 마을 수산리에 갤러리 하나가 생겼다. 육지에서 내려왔다는 범상치 않은 젊은 여자가 마을의 버려진 창고를 혼자서 뚝딱뚝딱 고쳐나가더니 갤러리란 것을 만들었다. 오며 가며 그 모습을 지켜봐 온 마을 어르신들의 눈에는 그저 희귀한 풍경이었을 터. 그 범상치 않은 젊은 여자는 원래는 피아노를 치던 사람이었다. 그러던 그녀가 급작스럽게 여행을 떠났고, 짧지만 강한 무언가를 마음속에 담아 돌아왔다. 돌아와선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제주에 내려와 살기 시작했다. 나의 길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애써 노력할 이유는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원래 피아노를 쳤어요. 그걸로 대학을 마치자니 지루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여행을 가게 된 거죠. 여행에서 돌아왔을 땐 그 생각이 더 단단해져 결국 학교를 그만두게 되었어요. 부모님껜 미리 말씀드리지 못했고요(웃음). 부모님께선 항상 ‘음악은 돈벌이가 아닌 인생의 친구’라고 하시더니 제가 막상 대학을 가지 않겠다고 하니 호적에서 파겠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몰래(웃음).”
제주에 내려와 소다공을 개관하게 된 건 우연한 기회에서였다. 그녀는 제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방치된 공간에 대한 유별난 관심을 두고 있었는데 그러던 차 지금의 소다공 건물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
공간의 재활용
“계약을 하고 가만히 앉아서 생각했어요. 이 60평짜리 공간에서 대체 무얼 하면 좋을까? 장사를 하자니 얄팍한 주머니 사정상 무리고. 그러다가 한 십 년 전에 사촌오빠가 했던 얘기가 생각이 났어요. ‘되게 허름한 공간에 화려한 작품들을 걸어놓았더니 그게 그렇게 멋있더라’는 말이 생각났어요. 그렇게 뜬금없이 시작하게 된 거예요. 듣고 보니 뭐 별거 없죠?(웃음) 제가 대단한 예술적 조예나 뜻이 있어서 시작한 일은 아니고요. 모든 게 다 우연히 시작됐어요. 우연한 인연들로 지금까지 이어져 왔고요.”
몇 번 주고받은 대화로 예상은 했지만, 그녀는 무척 씩씩한 사람이었다. 청소, 설계, 공사, 기획, 섭외, 유지, 보수, 개 키우기까지. 모든 것을 그녀 혼자 도맡아 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