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은 춥고 어둡고 쓸쓸도 하다.
비 내리고 바람은 쉬지도 않고
넝쿨은 아직 무너져 가는 벽에
떨어지지 않으려고 붙어 있건만
모진 바람 불 때마다
죽은 잎새 떨어지며
날은 어둡고 쓸쓸도 하다.
내 인생 춥고 어둡고 쓸쓸도 하다.
비 내리고 바람은 쉬지도 않고
내 생각 아직 무너지는 옛날을
놓지 아니하려고 부둥키건만
질풍 속에서 청춘의 희망은
우수수 떨어지고
날은 어둡고 쓸쓸도 하다.
조용하거라,
슬픈 마음들이여!
그리고 한탄일랑 말지어다.
구름 뒤에 태양은 아직 비치고
그대 운명은 뭇 사람의 운명이러니
누구에게나 반드시
얼마간의 비는 내리고
어둡고 쓸쓸한 날 있는 법이니.
......
나이를 말하고 싶지 않은 나이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확인하고 싶지 않은 나이
체념도 포기도 안되는 나이.
나라는 존재가
적당히 무시 되어버릴 수 밖에
없었던 시기에
나도 모르게 여기까지 와버린 나이.
피하에 축적되어
불룩 튀어나온 지방질과
머리 속에 정체되어
새로워지지 않는 낡은 지성은
나를 점점 더 무기력하게 하고
체념하자니
지나간 날이 너무 허망하고
포기하자니
내 남은 날이 싫다하네.
인생은 서로 고마워서 산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