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Volume 06 | 꽃과 잎을 눌러 말리는 일 '제주, 있는 여자'

by thebom posted Dec 15, 201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수정 삭제
언젠가 책에서 그런 내용을 본 적이 있다. 
사실 꽃은 자기의 가치를 알아봐 주는 누군가에게 꺾여 
사랑받길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다. 
 
 
 
Untitled-1.jpg

interviewee 제주, 있는여자 '박인영, 노혜민'

 

 

제주에 사는 

재주 있는 여자들

 

두 분 왠지 자매 같아 보여요. 

노: (웃음)저희는 17살 때부터 단짝친구 관계예요. 박인영, 노혜민이라고 합니다.

 

‘제주, 있는 여자’는 어떤 브랜드인가요? 

노: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의 브랜드예요. 브랜드 아이덴티티라고 딱히 정해 놓은 게 없다 보니 어떤 식으로 소개하면 좋을지 고민이 되네요. 저희는 ‘감성을 핸드메이드하다’라는 주제 아래 자연적 소재들을 가지고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데 집중해요. 

박: 사실 둘이 취향이 무척 달라서 옷 입는 스타일부터 해서 겹치는 게 거의 없거든요. 보통 친한 친구일수록 스타일도 비슷한 경우가 많다던데 오히려 저희는 확연히 달라요. 그래서 더 단짝친구로 쭉 지낼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어요. 남자 보는 눈도 달라서 질투 같은 것도 없었으니까요(웃음). 근데 유일하게 식물, 꽃 그러니깐 자연을 좋아하는 건 같았어요. 우리가 똑같이 좋아하는 것을 가지고 무언가를 해보자 해서 시작된 게 제주, 있는 여자예요.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노: 대단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고요. 둘이서 자주 오름에 올랐어요. 그러다 보니 그곳에 자생하는 여러 식물을 접하게 되었고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 같아요. 

박: 그러면 안 되지만 어떤 날은 예쁜 꽃을 봐두었다가 새벽에 서리해 온 적도 있었어요(웃음). 그렇지만 이내 시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처음엔 당시 유행하던 드라이플라워를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근데 드라이플라워 같은 경우는 꽃은 어느 정도 보존이 가능한데, 잎은 드라이하는 순간 색이 변해버리더라고요. 그래서 보완점을 찾다가 시작한 게 바로 압화예요.

 

아무래도 처음 해보시는 일인지라 시행착오도 많았을 것 같아요. 

: 그럴 수밖에 없었죠. 저희가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상태에서 시작한 일이 아닌지라 공부할 시간도 필요했고요.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는 동안 버린 꽃과 잎도 꽤 돼요. 지금 생각해도 마음이 아픈(웃음). 

 

압화 작업은 아무래도 손이 많이 가죠? 

: 압화 작업을 하는 데는 비교적 긴 시간이 필요했어요. 보통 일주일에서 길게는 보름까지도 걸렸어요. 잎 같은 경우에는 변색을 막기 위해 중간중간 틈틈이 약품 처리도 해야 하고, 계속 지켜보며 체크를 해줘야 하거든요. 아기 돌보는 거랑 비슷한 것 같네요(웃음).  

 

식물은 주로 어디서 가져오시나요? 

: 대형 꽃시장인 양재시장에서 공급받기도 하고요. 그런데 웬만하면 제주에서 나는 식물들을 사용하려고 해요. 일반 도시 꽃집에서 구하기 힘든 꽃들이 제주도엔 있어요. 고사리처럼 저희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식물들은 직접 텃밭에서 키우고 있고요

 

이렇게 하다 보면 식물 박사가 될 것 같아요. 

: (웃음)하다 보니깐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부분이 있긴 해요. 자연스럽게 이름을 기억하게 되고 꽃받침은 어떻게 생겼는지, 꽃잎은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 자세히 관찰할 기회가 다분하죠.

 

액자가 투명해요

: 프레임 같은 경우는 덴마크의 한 작가의 작품을 보고서 영감을 얻었어요. 투명하다 보니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배경색이 계속 바뀌죠. 그래도 역시 가장 예쁜 건 맑은 날 하늘에 비춰볼 때가 가장 예쁜 것 같아요

 

 

제주있는여자_m1-v1.jpg

 

 

 

 

 

식물의 본심

 

사실 압화라고 하면 ‘섭리를 거스르는 일은 아닐까’하는 고찰이 늘 뒤따르잖아요.  

박: 그런 고민은 항상 갖고 있어요. 압화란 게 어떻게 보면 참 이기적인 거예요.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싶은 사람의 욕심이죠. 

 

하지만 언젠가 책에서 그런 내용을 본 적이 있어요. 사실 꽃은 자기의 가치를 알아봐 주는 누군가에게 꺾이길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예요. 

: 공감해요. 어떻게 생각하면 아무래도 미안한 일인가 싶으면서도 얘네도 제2의 인생을 사는 것일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들고요. 사람이나 식물이나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았으면 하는 마음은 똑같을 것 같거든요.

: 어떤 사람들은 본인의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서 누드 사진을 촬영한다고들 하잖아요. 꽃도 아무도 모르게 피었다가 지는 것보단 가장 예쁜 그 모습으로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걸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최근 벨롱장에도 나가셨더라고요.  

노: 사실 저희 손을 떠나 다른 주인들을 찾아가기 시작한 게 얼마 안 되었어요. 얼마 전 벨롱장에서 제주, 있는 여자의 타이틀을 걸고 저희 작품을 처음 선보였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예쁘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했죠. 

박: 재밌었던 게, 압화가 다소 생소한 젊은 친구들은 신선하다며 좋아하고, 반대로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은 “학교 다닐 때 많이 했는데 이렇게 오랜만에 보게 되니 참 좋네요.”하시며 좋아하시더라고요(웃음). 오히려 저희에게 작업 팁을 주시기도 하시고요. 이렇게 직접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앞으로 제주, 있는 여자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까요? 

박: 글쎄요. 사실 저희는 크게 나아가고 싶진 않아요. 이 정도에서 만족해요. 애초에 취미생활에서 시작된 것이니 계속 취미로 남았으면 좋겠어요(웃음).

노: 브랜드를 운영하며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단짝 친구인 저희 둘이 함께 무언가를 한다는 것에 의의를 두려 해요.

 

 

the bom volume 06 <새로운 쓰임에 관하여> '꽃과 잎을 눌러 말리는 일' 중에서

 라어진 / 사진 김보경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Spring / Summer 2016

Volume 05 | Classic Summer

★20160518_thebom_vol5_최종_JPG_200px.jpg

 판매처 | 인터파크 도서, 토스카나 호텔 기프트샵

 

 인터파크 바로 가기 




 

 

?

  1. Volume 06 | 이상한 나라의 상상

    “우리 엄마가 그랬어. 세상은 알고 보면 놀랄 것도 없는 일뿐이래.” “그런 걸까? 어른이 된다는 건 점점 덜 놀라게 되는 걸까?” “그런가 봐. 그래서 어른이 되면 눈을 꼭 감고 상상할 시간이 필요한 거래. 엄마는 마음속에서 첨...
    Read More
  2. Volume 06 | 모두가 같은 건 아니야 '채식주의자의 종류'

    육식을 멀리하고 채식을 가까이하는 사람’이라는 보편적 문장으로 그들을 정의하기엔 채식의 세계는 생각보다 무척 세밀했고 다양했다. 채식주의자의 여덟 가지 유형을 알아본다. 프루테리언(Fruitarian) 채식주의자 사이에서도 가장 극단적인 유형. 일...
    Read More
  3. Volume 06 | 우리 동네 빵집은 어딘가 어설프다 '동네 빵집 편 '

    우리 동네 빵집은 어딘가 어설프다. 이를테면 작은 종이로 만든 메뉴판에는 펜으로 ‘크림빵 900원’이라고 쓰여 있다거나, 주인장은 말을 하지 않아도 어느 누가 어떤 빵을 찾는 지엔 척척박사면서 매일 같이 크림빵과 곰보빵의 가격을 헷갈려 하는...
    Read More
  4. Volume 06 | 경주를 닮은 '새별오름'

    ‘초저녁에 외롭게 떠 있는 샛별’같다 해서 새별이라는 예쁜 이름을 얻었다. 오름의 초입에서 올려다본 새별은 경주와 닮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그 고즈넉함이 꼭 경주와 같았다. 제주와 경주, 모두 아름다운 곳이다. 어째서 아름다운 ...
    Read More
  5. Volume 06 | 우린 모두 처음 보는 사이였지만 '지미봉'

    실은 밭담이 보고 싶어서였다. 둥글고 높직하게 생긴 지미봉에 오르게 된 건 그런 연유에서였다. 작게 난 오솔길을 따라 찬찬히 올랐고, 잊을만하면 뒤를 돌아 시야에 들어오는 밭담을 보았다. 오를수록 그 모습은 작게, 하지만 넓게 보였다. 중턱에 이르렀을...
    Read More
  6. Volume 06 | 여름방학 탐구생활 '함덕서우봉해변'

    아주 오랜 시간 바다가 얕아지며 형성된 하얀 패사층은 조그만 섬을 만들었다. 한참을 걸어 들어가도 허리까지밖에 차오르지 않을 만큼 수심이 얕아 가족 단위의 피서객에겐 더할 나위 없는 피서지다. 구름다리 위에 올라 바라본 바다는 수채화처럼 맑고, 동...
    Read More
  7. Volume 06 | 어느 날 마을에 갤러리가 하나가 생겼다 '소규모 다목적 공간, 소다공'

    가진 재주 하나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은 언제부턴가 무척 이상적이게 들린다.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누구든 고민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하고 싶은 일을 이따금 생각하며 해야 하는 일을 하며 살아간다. 세상 어딘가 꼭꼭 숨어있던 작가들을 ...
    Read More
  8. Volume 06 | 세상과 타협하는 옷 '아마도 우리 옷'

    아름다움의 기준은 언제나 달라져 왔다. 옷도 그렇다. 시대에 맞게 변하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언제나 예외 없이 그만의 문화를 낳는 것이다. 이것은 정체되어 있지 않은 아름다움에 관한 이야기다. interviewee '아마도우리옷' 신중수 ─ 수려함에 관...
    Read More
  9. Volume 06 | 다음을 생각하는 마음 'GREEN BLISS'

    다음을 생각해주는 마음은 대단히 다정한 마음이라 생각한다. 농약과 화학 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오가닉 코튼을 만들고 친환경 인쇄 포장과 수익 일부의 기부까지. 이것은 순환의 가치를 생각하는 다정한 마음에 관한 이야기다. interviewee 'GREEN BLISS&...
    Read More
  10. Volume 06 | 꽃과 잎을 눌러 말리는 일 '제주, 있는 여자'

    언젠가 책에서 그런 내용을 본 적이 있다. 사실 꽃은 자기의 가치를 알아봐 주는 누군가에게 꺾여 사랑받길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다. interviewee 제주, 있는여자 '박인영, 노혜민' ─ 제주에 사는 재주 있는 여자들 두 분 왠지 자매 같아 보여...
    Read More
  11. Volume 06 | 지구를 위한 두 번째 선택 'RE:'

    오래전 누군가에 의해 그려진 낙서라던가 지금은 어엿한 어른이 되었을 아이가 해마다 키를 재 온 흔적이라던가. 마치 그런 것들을 발견하게 되는 건 사물에 애정을 가질 충분한 이유가 된다. interviewee 'RE:' 신치호 ─ 지구구조대 안녕하세요. 듣...
    Read More
  12. Volume 07 | 그 난해하고도 심미적인, 인간의 어긋난 욕망을 그리다

    그 난해하고도 심미적인, 인간의 어긋난 욕망을 그리다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 지난 11월 7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제5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 현장에 갑자기 커다란 환호와 카메라 플래시 세례가 쏟아졌다. 레드카펫에 김준수가 등장한 것이다. 은발의 ...
    Read More
  13. Volume 07 | 필모그래피

    필모그래피 고레에다 히로카즈 (これえだひろかず) 사실 보이는 것만큼 아름답진 않을지도 모른다. 그의 영화만큼 감정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영화도 없단 생각이다. 어두운 독방에도 예외 없이 햇볕이 드는 시간이 있고, 평화로운 오후의 공원에도 외면할 ...
    Read More
  14. Volume 07 | 우유의 맛

    우유의 맛 “우유는 순수함과 가장 잘 어울리는 음식인 것 같단 생각이야.” “어째서?” “글쎄, 하지만 왠지 그래.” “음, 그건 우리가 태어나 가장 처음 맛본 세상의 음식이 우유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어.” &#...
    Read More
  15. Volume 07 | 이런 곳이 있어 여전히 제주를 좋아한다

    이런 곳이 있어 여전히 제주를 좋아한다 영주산 조금은 의아했다. 꽤 오랜 시간 머물렀는데 오가는 사람이 조금도 없었다. 영주산에 얽힌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과, 언제, 누구에 의해서 그려졌는지 알 도리 없는 그림들, 무성하게 자란 나무들, 말하자면 이런...
    Read More
  16. Volume 07 | 온실 속 화초

    온실 속 화초 한라수목원 가끔씩 미국에 사는 사람들이 몹시 부러워진다. 미국은 워낙 넓어서, 아무리 추운 겨울일지라도 남서부로 내려가면 캘리포니아의 온화한 햇볕을 원 없이 맞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12월의 한국은 서울이든 제주도든 어디든 겨울이니,...
    Read More
  17. Volume 07 | 오소록

    오소록 비양도 제주 날씨가 오랜만에 화창했다. 제주 사람들에게 유독 많은 사랑을 받는다는 비양도에 가기로 한 날이었다. 한림항에서 비양도행 배에 몸을 실었고, 십오 분가량의 짧은 운항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비양도는 듣던 대로 무척 오소록했다. 인적...
    Read More
  18. Volume 07 | YES KIDS ZONE

    YES KIDS ZONE 노키즈존(No Kids Zone) 이슈가 가장 떠들썩한 곳 중 하나가 바로 제주다. 이런 이슈가 생긴 것에 한편으론 동의하면서도 또 달리 생각하면 안타깝다. 그렇다면 애초부터 대놓고 예스키즈존(Yes Kids Zone)이라 말하는 곳이 있다면 어떨까. 아...
    Read More
  19. Volume 07 | 선행학습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선행학습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선행학습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을 아는 부모와 환하게 웃을 때면 어김없이 반달눈을 내보이는 사랑스러운 아이를 만나고 왔다. '선행학습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중에서 글 라어진 / 사진 김보경, 김지유 더 많은 ...
    Read More
  20. Volume 07 | 집은 가장 매력적인 학교가 된다

    집은 가장 매력적인 학교가 된다 홈스쿨링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들. 노는 아이들. 그러나 언제나 생각하는 아이들의 이야기. '집은 가장 매력적인 학교가 된다' 중에서 글 라어진 / 사진 양성일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Autumn / Winter 2016 Volume 07...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Next
/ 7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