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ee '아마도우리옷' 신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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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려함에 관하여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아마도우리옷’을 운영하고 있는 신중수라고 합니다. 나이는 30대라고 말할 수 있어 다행인 나이입니다(웃음).
아마도우리옷은 어떤 브랜드인가요?
우리 고유의 옷인 한복이 어떤 모습으로든 계속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된 브랜드예요. 사실 제가 옷에는 큰 관심이 없는 편인데요. 유독 한복에 큰 매력을 느껴 처음 배우게 됐어요. 몇 해 전 일본 여행 중 유카타를 입고서 다니는 일본인들을 크게 충격을 받은 적이 있어요. ‘이 나라 사람들은 자기 나라의 문화를 정말 아끼고 사랑하는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일본의 이웃 나라인 한국에서는 어쩌다 한복을 입는 게 이토록 어색한 일이 되었을까’싶은 생각이 들었죠. 솔직히 부러웠어요.
‘한복 입고 제주여행’은 아마도우리옷 프로젝트의 일환이군요.
그렇죠. 지금도 꽤 많은 사람들이 도전하고 있을 텐데, 저 역시 한복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 한복을 입고서 세계여행을 하고 싶단 생각을 하게 됐어요. 하지만 그게 현실적으로 어려웠기에 제주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던 거죠. 그래서 제주를 여행하며 입을 수 있는 한복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했고, 그 생각이 모여 시작된 프로젝트예요.
최근엔 그래도 서울 삼청동이나 전주 한옥마을 등 유명 관광지에서 한복을 입은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잖아요.
좋은 현상이라 생각해요. 단, 이런 현상이 유행처럼 퍼지고 있는데, 잠깐의 유행에 지나는 게 아닐까 조금 걱정은 돼요. 단순 체험의 목적이 아닌 말 그대로 일상한복, 생활한복이 되었으면 좋겠거든요.
생활한복과 전통한복의 차이점이 정확히 어떤 건가요?
전통한복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치마, 저고리, 바지, 두루마기, 조끼, 마고자와 같은 우리 고유 의복을 뜻하고요. 그런 전통한복을 생활 속에서 입기 편하게 만든 한복을 생활한복이라고 해요. 기존 전통한복의 단점으로 지적되었던 지나친 격식주의를 완화했다고 볼 수 있어요. 저고리와 스커트들도 전통한복의 느낌은 가져가면서 디자인은 좀 더 가볍게 풀어내 일상복으로 입기에 어색함이 없어요. 철릭원피스나 허리치마 등이 생활한복의 예가 될 수 있겠네요.
허리치마, 철릭원피스 모두 조금 생소하게 들려요.
허리치마는 한복 고유 복식 중 하나예요. 차이킴이라는 한복 디자이너로 인해 유명해진 아이템이죠. 원래 남자의 옷이었던 철릭을 원피스로 만들고 그 위에 허리치마를 둘러 여성스럽게 표현한 거예요. 요즘은 소재도 면, 린넨 등 여러 가지 버전으로 나오기 때문에 일상복과도 크게 다르게 느껴지지 않아요.
개인적으로 전통한복과 생활한복, 두 형태의 한복이 가진 각각의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개인적으로는 그래도 전통한복을 더 좋아해요(웃음). 전통한복을 만들다 보면 한복이 가지고 있는 선들이 어마어마하게 아름답다는 것을 체감하게 돼요. 그 작고도 깊은 디테일을 알고 나면 좋아할 수밖에 없죠. 단기간에 쉽게 나오는 디테일이 아니란 걸 알기 때문에 더 고고한 매력이 느껴지는 거예요. 하지만 생활한복 역시 전통한복이 갖지 못한 편안함이라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실 어느 게 낫다고 단정 짓긴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생활한복은 어떻게 보면 세상과 타협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렇다고 봐요. 세상은 항상 변하고 있으니, 더 좋은 방향으로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과거의 것을 배척하는 게 아니라 타협하자는 거죠. 그렇게 태어난 새로운 것은 또 다른 새로운 문화를 낳을 수 있고 가치를 낳을 수 있으니.
불필요한 과대포장과 택사용을 하지 않는다고 들었어요.
제주에 살게 되니 제주뉴스를 많이 보게 되었는데, 전국에서 쓰레기 문제가 가장 심각한 곳이 제주라고 하더군요. 꼭 쓰고 아무 데나 버려 그게 쓰레기가 된다기보다는 우리가 평소 의식하지 못하는 부분에서도 쓰레기는 발생한다고 생각해요. 요즘 특히 좀 더 있어 보이기 위해 굳이 넣지 않아도 되는 포장이 들어가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되는데 그런 걸 줄여보고 싶단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결국 다 옷값에 포함되는 요소인 불필요한 포장이나 택은 최소화하고 정직하게 가격을 매기고 있어요.
브랜드가 추구하는 바를 알 것 같아요.
아직 브랜드라고 말하기엔 많이 부족하지만, 브랜드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정직할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 돈을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 속고 속이는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직하게 판매하는 분들은 언제나 계시잖아요. 저희 브랜드도 그중 하나였음 하는 거예요(웃음).
the bom volume 06 <새로운 쓰임에 관하여> '세상과 타협하는 옷' 중에서
글 라어진 / 사진 아마도 프로젝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