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 체제로도 성공할 수 있을까?
4월 14일 오후, 에이벡스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동방신기 3인(영웅재중, 시아준수, 믹키유천)과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이들은 일본에서 활동하게 될 것”이라고 밝히며 새로운 유닛 결성을 공식 선언했다.
에이벡스의 이 같은 발표에 연예계에서는 ‘과연 이들이 3인 체제로도 일본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인가’ 관심이 모아졌다. 그즈음 현지에서 만난 많은 연예관계자들은 이들의 무난한 안착을 낙관하고 있었다. 일본 언론들은 “수많은 팬들이 여전히 그들이 무대에 서는 것을 보기 원하기 때문에 3인 체제로도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내다봤다.
연합통신의 유카리 와타나베 기자는 “아직까지 팬들의 지지가 변하지 않고 있고, 그들의 음악성이 이미 일본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3인 유닛체제의 활동 전망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아사히TV의 한 기자도 “팬들은 멤버들이 어떠한 형태로든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기 때문에 유닛체제도 성공할 것”이라며 “이러한 배경에서 지금의 답답한 상황보다는 3인 체제로라도 만날 수 있다면 그것을 환영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방송인도 “일본 팬들은 그렇게라도 무대 위에 선 멤버들을 만나고 싶어 한다.”며 3인 유닛체제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그는 “다만, 3인 유닛이 어떤 새로운 모습을 팬들에게 선보일 것인가가 성공요인의 변수”라고 언급했다.
팬들의 전망도 같았다. 팬들에게 ‘유닛체제가 성공할 것으로 보느냐’고 묻자 “유닛 활동도 변함없이 응원할 것이다. 그들을 사랑하는 팬들의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도쿄 시내 이케부크로의 한 서점에서 만난 마키 씨는 “보도를 통해 당분간 3:2 유닛체제로 나뉘어 활동하게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솔직히 그렇게라도 멤버들을 만날 수 있다면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코구레 씨는 “성공의 여부보다 그들을 향한 팬들의 지지가 변하지 않는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유닛이든 개별 활동이든 3인의 인기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세라돔 개장 이후 최대 인파 몰린 오사카콘서트
그로부터 두 달여의 시간이 흐른 6월 초. 그사이 솔로, 드라마 촬영 등 개별 활동을 펼쳐오던 세 멤버는 오사카, 도쿄 등 일본 주요 도시에서 ‘JUNSU/JEJUNG/YUCHUN THANKSGIVING LIVE IN DOME’이라는 타이틀로 대규모 콘서트를 개최하고, 일본 활동의 포문을 열었다.
5일과 6일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콘서트에는 4만6000여명의 팬들이 운집했다. 이는 교세라돔 역사상 최대 인파였다. 이 자리는 특히 세 멤버가 일본에서 가진 공식적인 첫 독자 활동이기도 했다. 게다가 영웅재중과 믹키유천이 약 5개월 만에 무대에 오르는 자리여서 팬들의 관심은 더욱 뜨거웠다.
멤버들은 총 3시간 동안 ‘언제나 그대에게’ ‘I Have Nothing’ ‘For You’ 등 18곡의 노래를 선물했다. 이들은 오랜 만에 만난 팬들에게 그간 마음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꺼내며 뜨거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믹키유천은 “지난해 집에 틀어박혀 누구와도 연락을 하지 않고 지냈다. 모든 것을 그만두려고 했다.”면서 “멤버들의 격려와 팬들의 응원 덕분에 다시 도전할 수 있었다. 앞으로 계속 노력하겠다.”고 심경을 밝혔다.
영웅재중은 “우리의 입으로 진실과 생각을 팬 여러분께 전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에 괴로웠다.”면서 “팬 여러분을 다시 만날 수 있어 너무나 기쁘다. 앞으로 좋은 모습을 지켜봐 달라.”고 전했다.
시아준수 역시 “팬 여러분이 정말로 이 공연장에 와 주실지 걱정되었지만, 이렇게 많은 분들이 공연장을 찾아와 줘 기쁘다.”면서 지속적인 응원과 사랑을 부탁했다.
11개월 만에 오른 ‘꿈의 무대’ 도쿄돔콘서트
12일과 13일에는 도쿄돔에서 콘서트가 열렸다. 5만4000석의 좌석은 팬들로 가득 들어찼다. 이들이 도쿄돔 무대에 선 것은 2009년 7월 동방신기로서 첫 공연을 한 이후 약 11개월 만이었다. 공연은 오프닝 영상과 함께 시작되었다.
이윽고 세 멤버가 무대에 모습을 나타내고 신곡 ‘언제라도 너에게’를 부르기 시작하자 도쿄돔은 순식간에 붉은 물결로 출렁였다. 가능한 팬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는 멤버들의 희망에 따라 무대는 360도 회전하는 모양새로 꾸며졌다. 또 장내를 선회하는 11미터 높이의 크레인 두 대가 설치되었다. 멤버들의 동선과 시선에 따라 객석의 청중들은 환호했다.
영웅재중은 콘서트를 마치며 “오늘의 이 기분을 가지고 앞으로도 계속 열심히 노래하고 싶다. 비록 지금 무대 위엔 3명밖에 없지만, 서로 눈을 맞추고 웃는 얼굴을 볼 수 있던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냈다.
시아준수 역시 “이 공연장을 가득 채워주신 여러분의 사랑에 정말 감사한다. 그 사랑에 보답하는 길은 좋은 노래를 선사해 드리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울먹였다.
믹키유천은 “사실 이 무대에 또 다시 설 수 있을까 걱정했다. 그러나 여러분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무대에서는 결코 눈물을 보이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이들은 마지막 인사를 끝내고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채 뜨거운 눈물을 토해냈다.
‘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노래로 전한다’는 콘셉트로 오사카와 도쿄에서 나흘 동안 진행된 이 공연은 약 2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당초 티켓 신청자는 100만 명에 이를 만큼 팬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며칠 후 인터넷에 공개된 이 공연의 다이제스트 영상은 한국, 일본, 중국, 필리핀, 싱가포르 등 아시아는 물론,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루마니아 등 미주와 유럽 24개국에서 뜨거운 반응을 모으며 이들의 식지 않는 인기를 확인시켰다. 6월 20일 마지막 상영 시 누적 시청자수는 90만 명을 훌쩍 넘은 상태였다.
해외 아티스트 사상 첫 오리콘 음반 & DVD 동시 석권
이들의 인기가도는 거침없었다. 9월 7일 발매된 첫 앨범 ‘The...’는 발매 당일 7만장 이상 판매되어 단숨에 오리콘 데일리 차트 1위에 등극했다. 이 앨범에는 오사카와 도쿄돔 공연에서 선을 보였던 ‘Get Ready’, ‘Long Away’ 등 4곡과 이 곡들의 리믹스 및 라이브 버전 등 총 8트랙이 담겼다. 게다가 같은 날 발매한 돔 공연 실황을 담은 DVD도 오리콘 데일리 DVD 차트 1위에 올랐다.
이 미니앨범과 라이브공연 DVD는 특히 해외 아티스트 사상 처음으로 오리콘 주간 종합 순위에서 동시에 1위에 오르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음반과 DVD 판매 2관왕은 2006년 11월 일본의 밴드 ZARD가 기록한 후 3년10개월 만이었으며 사상 6번째였다.
이들이 거둔 이러한 성과는 남다른 의미를 남겼다. 우선 SM의 울타리를 벗어나 3인 유닛 활동으로 발표한 첫 음반이 오리콘 수성을 차지할 만큼 건재한 입지를 다시 한 번 확인했고, 별다른 프로모션 없이도 오리콘 차트 1위에 올라 주위를 놀라게 했다. 특히 1년이 넘는 공백과 각종 악재 속에서도 기록적 판매기록을 세우는 등 멤버들의 역량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3인 유닛체제의 안착과 화려한 독자행보의 본격적인 걸음을 내딛던 9월 16일. 일본으로부터 또 다시 충격적인 소식이 날아들었다. 에이벡스가 이들 멤버의 일본 활동을 중단키로 했다는 내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