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사와 연예인은 상호 동반자적 역할 수행해야”
11월 26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연예기획사 JYP엔터테인먼트에 대해 공정위가 마련한 전속계약서에 표준약관표지 사용을 허락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JYP의 연예인 전속계약서가 공정위로부터 ‘표준전속계약서 기준을 충족한다’는 인정을 받았음을 뜻했다. 계약 내용에 대해 국가기관이 나서 ‘공정하다’고 인정해 준 셈이다.
JYP가 아티스트와 맺는 전속계약서는 ▲7년 이내 전속계약기간 ▲연예활동에 대한 연예인 자신의 통제권 보장 ▲수입증가에 따라 연예인에 대한 분배비율도 높아지는 정산방식(슬라이딩 시스템) 채용 등이 명시되었다.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등과 함께 국내 연예기획사 빅3 중 하나로 인정받는 JYP가 앞장서 정부의 표준전속계약서를 채택했다는 점은 당시 연예계에 던지는 의미가 꽤 컸다. 공정위로부터 표준계약서 사용 허가를 받은 음반기획사는 JYP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2PM, 2AM, 원더걸스 등 인기가수가 소속된 대형 기획사라는 점에서 일반에 전해지는 무게감도 달랐다.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이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SM엔터테인먼트로 향했다. 불과 20여일 전 그들은 법원이 불공정계약에 대한 부당성을 판결로 결정했음에도 기자회견을 통해 마치 장기 전속계약은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필수사항인 것처럼 주장하며 “단지 13년이라는 숫자에만 주목해 계약이 부당하다고 말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하소연했던 터였다.
그러나 경쟁업체인 JYP가 7년 이내의 전속계약 기간을 명시한 계약서를 채택함에 따라 할 말이 없게 되었다. 더구나 당시는 JYP 역시 원더걸스 등 소속 가수들의 해외진출을 적극 추진하던 중이었기 때문에 해외진출을 위해서라는 SM의 여론몰이는 명분도, 설득력도 잃게 되었다.
JYP의 결정에 대해 사회 전반은 이를 환영했다. 물론 “모든 계약을 동일하게 맺는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연예산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상반된 입장도 나왔지만, 이를 계기로 가수 부문에서 공정위의 표준전속계약서 사용이 보편화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렸다.
JYP의 결정에 대해 많은 이들이 “이를 계기로 소속사들은 표준계약서 의무화는 물론, 기존의 계약서들 역시 보완해 연예인들이 연예활동을 하는데 있어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소속사가 연예인을 제어하는 고압적 위치가 아닌,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개발하는 상호 동반자적 관계와 역할을 수행하길 바라는 목소리가 컸다. 결국 기획사와 연예인이 서로 공고한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지속가능한 관계를 맺는 원천은 공정한 계약관계에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좀 더 상세한 내용을 알기 위해 공정위 약관심사과에 전화를 걸었다. 실무 담당자와 연결이 되었다. 그는 “JYP의 연예인 표준계약서 승인을 통해 다른 기획사에서도 표준계약서를 채택하는 일이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무엇보다 연예인 권익보호에 공헌하는 부분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다.
“표준계약서를 쓰면 상호 이득이 발생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입니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향후 나타날지도 모르는 연예인과의 분쟁을 미리 막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계약서가 공정하다고 판단 받았기 때문에 혹 소송이 발생하더라고 유리하게 적용받을 수 있는 것이죠.
연예인 입장에서는 자신이 표준계약서를 사용하고 있는 회사와 계약을 맺는다면 최소한의 불공정성이나 불이익이 없을 것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안전하게 믿고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측면이 있는 것입니다.”
그는 “표준계약서가 업계의 인식을 바꿔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아마 이런 표준계약서가 일찍 뿌리를 내렸더라면 논란이 되고 있는 ‘동방신기 사태’도 미연에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