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가 있다면 한 사람은 성공했고, 한 사 람은 실패로 끝이 났다는 사실이다. 히틀러는 심각한 근시였음에도 불구하고 안경을 쓰지 않았다.
카리스마를 해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히틀러는 완전무 결해 보이는 초인 이미지를 교묘하게 가꾸었고, 그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국민 에게 과대망상이라는 이상증세를 심어주었다.
결과는 패배였다. 동시대를 살았 던 리더 처칠은 히틀러와는 사뭇 달랐다. 히틀러와는 반대로 공개적인 자리에 서 여러 차례 눈물을 보일 정도로 카리스마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그러나 울보 처칠은 최후의 승리자가 된다.
여기서 리더의 자질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흔히 성공적 인 리더는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지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연출된 카리스마는 없는 것만 못하다.
미래학자 피터 드러커도 "리더십과 카리스마는 상관관계가 없다" 는 말을 한 바 있다. 영국 출신 평전 저술 전문가인 앤드루 로버츠(Andrew Roberts)가 쓴 'CEO 히틀 러와 처칠 리더십의 비밀' (휴먼앤북스 펴냄)을 읽어보면 동시대를 살았던 대 비되는 두 인물의 리더십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또 다른 사례를 보자. 히틀러는 정치나 행정의 세세한 부분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고, 자신이 전 체적인 목표를 정하고 나면 나머지는 부하들끼리 치고받으며 꾸려나가게 내버 려두었다. 그는 아랫사람들이 서로 적개심을 갖도록 만들었다.
선전장관 괴벨 스, 외무장관 리벤트로프, 친위대장 힘러, 건축장관 슈피어는 히틀러에게 늘 각각 다른 보고를 했다.
처칠은 반대였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해군 장교는 일기장에 이런 글을 남 겼다. "처칠은 수병들 업무까지 관심을 갖고 참견하는 사람이다.
" 이 같은 세세함은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었지만 처칠 특유의 강한 실천력과 결합해 장점으로 승화했다.인재활용 측면에서도 히틀러와 처칠은 전혀 달랐다.
히틀러는 자신에게 충성하는 사람에게는 놀랄 만큼 관용을 베풀었다.
경호대장 부르노 게세는 알코올 중독자였고, 만취 상태에서 심각한 총기사건을 일으킨 적도 있었다. 그러나 게세는 전쟁이 종결되기 4개월 전까지도 총통 경호대에서 축출되지 않았다. 막중한 직책을 맡기에는 능력이 부족한 인물이었던 헤르만 괴링도 마찬가지였다.
히틀러에게는 관료로서 전문성이나 도덕성보다는 충성심 이 더 중요했다.처칠은 자신이 임명한 사람이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 라 해도 교체했다.
처칠은 총리가 되자 오랜 친구이자 정치적 동료인 밥 부드 비를 식품부 차관에 임명했다. 그러나 얼마 후 부드비가 추문에 연루되자 곧바 로 퇴진시켰다. 개인적인 친분보다 정부를 우선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히틀러는 전세가 불리하게 돌아가자 장군들과 독일 국민 전체에 책임을 전가했 다. 그리고는 지하 벙커에 숨어버렸다.
반면 처칠은 폭격이 떨어지는 런던 거 리를 여유있게 시찰하며 국민에게 용기를 심어주었다.
전문가들은 두 사람 리더십을 위기관리 능력, 자기관리, 카리스마, 국민과 관 계, 인사관리 등을 바탕으로 '권위적인 리더십' (히틀러)과 '영감을 주는 리더 십' (처칠)으로 분류한다.
<허연 기자>
< Copyright ⓒ 매일경제 2004년03월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