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일 강원사대부고 과학교육부장
정육면체의 표면적을 구하는 공식은 ‘가로×세로×6(면)’이고, 부피를 구하는 공식은 ‘가로×세로×높이’이다. 그렇다면 한 변의 길이가 1m, 3m, 6m, 8m, 10m인 정육면체의 표면적(㎡)과 부피(㎥)를 구하여 보자. 표면적(㎡)과 부피(㎥)를 계산하여 보면 각각 [6㎡, 1㎥], [54㎡, 27㎥], [216㎡, 216㎥], [384㎡, 512㎥], [600㎡, 1000㎥]이 되며, 부피에 대한 표면적의 비율[(표면적/부피)×100]은 각각 600%, 200%, 100%, 75%, 60%가 된다.
어떤 물체가 일정한 크기 이하로 작아지면 표면적이 부피에 비해 상대적으로 넓어지고, 일정한 크기 이상으로 커지면 표면적이 상대적으로 좁아진다. 이러한 표면적과 부피의 관계가 여러 현상에서 관찰된다.
예를 들면 각설탕은 상대적으로 표면적이 좁고 일반적인 입자 설탕은 표면적이 넓기 때문에, 입자 설탕은 물에 빨리 용해되고 각설탕은 천천히 용해된다. 따라서 커피 애호가들은 각설탕을 넣은 커피를 마시면서, 천천히 용해되는 각설탕의 단맛을 즐기곤 한다.
벙어리 장갑은 손가락 장갑에 비해 상대적으로 표면적이 좁기 때문에, 그만큼 외부로 열을 덜 빼앗겨서 손가락장갑보다 따뜻하다. 잠을 잘 때 추우면 몸을 웅크리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몸을 웅크리면 그만큼 표면적이 좁아져서 외부로 빼앗기는 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음식물을 입에서 잘게 씹으면 그만큼 음식물의 표면적이 넓어져서 소화액이 작용할 수 면적이 넓어진다. 세포가 분열하지 않고 계속 성장을 한다면 세포의 표면적(세포막)이 부피에 비해 상대적으로 좁아지기 때문에, 세포막을 통한 물질(영양물/노폐물)과 기체(산소/이산화탄소)의 출입이 충분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세포는 일정한 크기 이상이 되면 두 개의 작은 세포로 분열하여 표면적을 넓혀야 한다.
건물을 크게 지으면 상대적으로 표면적(유리창면적)이 좁아지기 때문에, 햇빛이 적게 들어와서 실내가 어둡게 된다. 따라서 실내체육관과 같은 대형 건물은 전기의 발견과 전등의 발명 이후에 건설될 수 있었다.
북극여우는 귀와 입 등의 돌출 부위가 작고 체구가 크고, 사막 여우는 귀와 입 등의 돌출부위가 크고 체구가 작다. 따라서 북극여우는 상대적으로 표면적이 좁아서 외부로 열을 덜 빼앗기면서 추위에 적응하고, 사막여우는 표면적이 넓어서 외부로 열을 많이 방출하면서 더위에 적응한다.
소설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소인국 사람은 정상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표면적(피부면적)이 넓다. 넓은 피부를 통하여 외부로 무진장 많은 열을 빼앗기고, 빼앗긴 만큼 무진장 많은 열을 보충하여 체온을 유지해야지만 생존할 수 있다.
무진장 많은 열을 보충하기 위해서는 체내 발열반응인 세포호흡을 무진장 많이 하여야하고, 무진장 많은 세포 호흡에는 영양소(포도당 등)와 산소가 무진장 많이 필요하다. 무진장 많이 필요한 산소와 포도당을 온몸 구석구석의 세포에 전달하기 위해서는 심장이 무진장 빨리 뛰어야 하고, 허파운동도 무진장 숨 가쁘게 하여야 하며, 영양소를 얻기 위한 음식을 쉬지 않고 무진장 많이 먹어야 한다. 따라서 소인국 사람은 소설에나 나오는 이야기이지. 실제로 소인국 사람만한 크기의 정온동물(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동물)은 지구상에 없다. 어린 아이의 심장박동과 호흡수가 어른보다 많은 것도 같은 이치이다.
또한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들은 입자 내부보다는 표면에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어떤 물질이 나노(nano) 입자 크기로 작아지면 기존의 물질과는 전혀 다른 물리․화학적 성질이 나타난다. 나노(nano)라는 용어는 난쟁이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나노스’에서 유래되었으며, 10억 분의 1을 가리키는 미세 단위이다. 1nm는 머리카락 굵기의 10만 분의 1정도이고, 원자 4~5개를 붙여놓은 정도의 크기이다. 어떤 물질이나 물체를 나노 크기로 줄이거나 나노 크기 수준에서 조작하는 기술을 나노기술(nano technology)이라고 한다.
나노기술이 기능성 화장품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특정 성분을 피부 속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나노 구조체는 피부의 세포보다도 크기가 작기 때문에 피부조직에 쉽게 흡수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나노 구조체는 미백(美白)이나 주름살 제거 등의 기능을 발휘하는 생리 활성 물질과도 쉽게 결합한다. 따라서 생리 활성 물질과 결합한 나노 화장품을 바르면 미백(美白) 또는 자외선 차단 등의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극세사로 만든 고급행주도 나노기술이 활용된 제품이다. 행주를 만든 극세사는 기존의 실보다 보다 3분의 1 정도로 가늘기 때문에 기존의 실로 만들었을 때보다 표면적이 9배정도 넓어지며 그만큼 모세관 현상이 높아져서 많은 물기를 흡수한다.
2004.03.03 ⓒScience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