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의 일이다. 술에 취한 남편의 “나가!”라는 말에 화가 치민 나
는 딸을 데리고 보란 듯이 집을 나왔다.
친정에 갈 생각으로 택시를 타고 30분 가량 달려서 친정 근처까지 왔을
때 갑자기 기사 아저씨가 입을 열었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어린아이를 데리고… 남편하고 싸우셨나 봐요.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오늘은 이만 집으로 되돌아가는 게 어떨까요? 이
런 시간에 친정으로 가면 일이 더 커질 수도 있어요.
돌아가는 택시비는 받지 않을 테니….”
그 말을 듣고 기분을 가라앉힌 나는 집으로 되돌아왔다. 필시 눈물로
얼룩진 내 얼굴을 백미러로 보고 기사 아저씨는 그런 충고를 해주었을
것이다.
택시에서 내린 나는 택시를 보내면서 울었다. ‘내가 선택한 길, 부모
님께 걱정을 끼쳐서는 안 된다.’ 그 때 나는 속으로 그렇게 다짐했다.
상냥한 마음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그분의 따뜻한 충고에 대
한 예의라 생각하며 열심히 생활한다. 그분의 친절은 아직도 내 마음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글·조선일보사에서 펴낸 「눈물이 나올 만큼 좋은 이야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