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층이 쌓인 시간의 보고서
용머리해안
해안가서 셔터를 누르고 있는데 어르신이 말을 건네신다. “여기 자주 와요? 저기 돌고래도 찍어가요. 쟤네가 날씨가 변하려고 하면 어떻게 알고 나타나는데, 많이 들어올 땐 스무 마리도 넘게 들어오더라고.” 어르신께서 가리키신 쪽으로 시선을 두니 정말로 돌고래 몇 마리가 짙푸른 바다를 경계 삼아 자취를 감췄다 드러냈다 하고 있었다.
용이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 자태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 ‘용머리해안‘ 제주의 그랜드캐년이라 불리는 용머리해안은 태고의 신비를 맘껏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언제부터였을까? 이 모든 것이 시작된 것이. 가늠조차 어렵다. 층층이 쌓인 사암층은 규칙 없이 쌓인듯하지만 제 나름의 방식을 가지고 있을 터. 그나저나 이 모든 것이 인공적이지 않아 좋다. 정확히 십 년 만에 다시 찾은 이곳.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이만큼이나 달라졌는데, 여긴 참 여전하다. 그사이 얼마나 많은 사연들이 다녀갔을까. 각자의 사연을 고스란히 들어주고 간직해주는 용머리해안. 그래서 나는 ‘제주모모‘라 부른다.
<the bom> Volulme 03 | 층층이 쌓인 시간의 보고서 '용머리 해안'
글/사진 더봄 편집팀 / 매거진 더봄 www.thebom4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