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만족
김준수와 함께한 토스카나 감성여행
흔히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 인체의 다섯 가지 감각을 일컬어 오감(五感)이라 한다. 하지만 지난 1월 30일부터 2월 1일까지 일본 팬들을 대상으로 제주 토스카나호텔에서 열린 김준수와의 만남은 ‘감성’ ‘감정’ ‘감격’ ‘감동’ ‘감사’를 나눈 ‘오감(五感) 여행’이었다. 도착부터 샌딩까지 참가자들의 다섯 가지 마음을 훌륭하게 충족시켜 준 이번 행사는 마치 한 편의 아름다운 영화를 본 듯했다. 나 자신이 그 멜로의 주인공 같았던 2박3일간의 발걸음을 따라가 본다.
감성 만족
1월 30일. ‘감성여행’은 이미 공항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제주국제공항 청사에는 일찍부터 제주를 찾은 팬들의 발길로 북적였다. 팬들은 질서정연하게 토스카나호텔 행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삼삼오오 모여 무언가를 화제로 이야기꽃을 피우거나, 귀에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 이들의 표정에서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는 것 같은 설렘과 흥분이 교차했다. 드디어 1시간여를 달려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위치한 토스카나호텔에 도착했다. 예로부터 제주도를 바람, 돌, 여자가 많아 ‘삼다도(三多島)’라 했던가. 이날도 다가오는 봄을 시샘하는 쌀쌀한 바람이 옷깃을 절로 여미게 했다. 하지만, 팬들에게 바람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곧 있으면 김준수와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들의 마음에는 벌써부터 화사한 봄꽃이 피어오른 듯 했다.
감정의 공유
호텔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행복한 여정은 시작됐다. 본관 전면에는 김준수의 멋진 모습이 담긴 대형 현수막이 참가자들을 환영했다. 마치 김준수가 직접 맞이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팬들은 그냥 지나칠세라 그 틈에도 핸드폰에 기념사진을 남기기에 여념 없었다.
각 층에는 그간 어디에서도 쉽게 접할 수 없었던 김준수의 애장품과 소장품이 전시되어 참가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1층 로비와 복도에는 가수 XIA와 뮤지컬배우 김준수로 변신해 써 내려간 그동안의 족적이 대형 액자에 담겨 있었다.
레스토랑의 창과 벽에는 그가 제주 곳곳에서 찍은 사진이 전시되어 있었다. 무성하게 자란 억새가 휘날리는 새별오름에서 촬영한 사진은 마치 한편의 수묵담채화처럼 아름다운 전경을 뽐냈다.
그의 쌍둥이형이자 배우, 작사가로 활동하는 김무영과 함께 찍은 사진은 어린 시절부터 우애가 남달랐던 두 형제의 각별한 사랑을 느끼게 해 주었다. 어느 것 하나 의미 없는 게 없을 만큼 소중했다.
2층 로비 중앙에는 이미 SNS와 언론보도를 통해 유명세를 탄 영화 <아이언맨>의 실물크기 모형이 자리했다. 그 옆에는 김준수가 평소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피규어도 장식되어 있었다. 그의 어린 시절 모습이 담긴 사진 역시 놓쳐서는 안 될 볼거리였다. 광고모델로 출연했던 한 의류회사의 실물 크기 판넬도 팬들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3층에는 그랜드피아노와 기타, 악보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2013 인터파크 골든 티켓어워즈 관객투표 인기상’, ‘2014 제22회 대한민국 문화연예대상 한류 대상’ 상패 등 그의 찬란했던 순간을 되짚어볼 수 있는 아이템도 반짝였다.
그동안 발매했던 음반과 화보, 매거진 등 정갈하게 꽂힌 소품에서는 그가 써내려간 역사가 한 눈에 읽혔다. 연예계 대표적인 축구마니아이자 연예인축구단 FC MEN의 단장인 김준수의 축구하는 장면이 담긴 사진과 직접 신었던 축구화도 눈에 띄었다.
5층에는 그가 출연했던 뮤지컬 작품의 대본과 DVD 등 자료들이 공개됐다. 팬레터와 캐리커처, 사진, 인형 등 아기자기한 선물을 엿볼 수 있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었다.
무엇보다 그가 각종 행사와 공연에서 직접 착용했던 무대의상과 평소 즐겨 입는 일상복, 슬립가운, 선글라스, 신발, 모자 등 패션 아이템은 보는 이의 발길을 묶어두었다.
잠시 쇼파에 걸터앉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언뜻 시공을 초월해 김준수의 방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이렇듯 ‘감성여행’은 이 자리에 함께한 이들만이 오롯이 체험할 수 있는, 그들에게만 허락된 특권이었다. 토스카나호텔의 밤은 그렇게 깊어갔다.
감격의 순간
이튿날 날이 밝자 본격적인 투어가 시작됐다. ‘아름다운 땅’이라는 뜻의 여미지식물원 등 제주를 찾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둘러보는 명소 위주로 코스가 짜였다. 다소 쌀쌀한 날씨였지만, 제주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하이라이트는 올레길 트래킹이었다. 불어오는 산들바람을 맞으며 걷는 올레길은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왜 제주가 휴식과 여유를 갈망하는 현대인에게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휴양지인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길의 끝자락에는 이들이 사랑하는 스타가 자신을 따뜻하게 맞이해 줄 것이었다.
드디어 약속된 시간이 되자 그를 태운 검정색 밴이 현장에 도착했다. 팬들은 그가 차에서 내리기를 기다렸다. 문이 열리고, 파란색 가죽패턴의 백팩을 둘러 멘 금발의 그가 앞자리에서 내렸다.
그는 약간 수줍은 듯, 혀를 빼꼼 내밀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손을 들어 인사를 건네는 그의 미소가 햇살에 반사되며 더욱 눈부시게 빛났다.
소나무와 바다가 어우러진 제주의 자연을 배경으로 김준수와 함께 사진을 찍는 이벤트는 참가한 모든 팬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겼다. 그는 오른쪽, 왼쪽, 중앙 등 자리를 여기저기 옮겨가며 사진을 찍는 서비스와 센스를 동시에 보여주었다. 자신의 차례가 오기를 두 손 모아 기다리는 팬들의 표정에서 행복이 묻어났다.
그의 숨결이 바람을 타고 흩날렸다. 그는 간간이 눈을 마주쳤다. 그때마다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어디에서 왔냐며 상냥하게 말을 건네기도 했다. 누군가의 농담에는 손으로 입을 가릴 만큼 함박웃음을 터트리며 격의 없는 모습을 보였다. 촬영을 마치고 밴으로 다시 돌아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아... 이만한 제주 홍보대사가 또 어디 있을까!’
감동의 무대
오후에는 중문관광단지 내 켄싱턴리조트에서 토크쇼가 예정되어 있었다. 미리 준비된 ‘소원나무’에는 팬들이 적어 놓은 소원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예상하지 못한 팬들의 부탁을 들어주는 이 이벤트는 김준수 콘서트의 전매특허인 ‘지니타임’을 떠오르게 했다. 다소 당황스럽고 황당할지 모르지만, 팬들에겐 잊을 수 없는 큰 추억이 될 게 틀림없었다.
켄싱턴리조트 그랜드볼룸은 팬들의 발걸음으로 가득했다. 이윽고 MC의 소개와 함께 김준수가 무대에 등장하자 팬들은 일제히 폭발적인 환호성을 내지르며 열광했다. 현장의 분위기는 금세 후끈 달아올랐다. 그의 근황을 들을 수 있었던 토크쇼는 김준수와 팬들이 한결 더 가까워지는 시간이었다. 그는 마치 친구에게 속 깊은 이야기를 꺼내놓듯, 조곤조곤 자신의 감정을 전달했다. 그래서 관객 입장에서는 더 편하고 가깝게 다가왔다.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일화와 무대 뒤편의 이야기, 그리고 삶과 음악, 뮤지컬을 대하는 그의 진중한 자세와 진정성을 알 수 있었다.
이 자리에서는 지난 연말 일본에서 가진 JYJ 콘서트가 단연 화제로 떠올랐다. 특히 돔투어의 피날레 무대이자 클리스마스 이브였던 12월 24일 후쿠오카 야후오쿠돔에서의 공연이 화두였다. 이 무대에서 김준수는 눈사람, 박유천은 트리, 김재중은 산타클로스로 깜짝 변신해 팬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았기 때문. 멤버들은 공연 중반부쯤 발라드곡 ‘소소(SO SO)’를 부르며 각기 다른 크리스마스 의상을 입고 등장하는 이벤트를 벌였다.
김준수는 당시를 떠올리며 “솔직히 눈사람 의상을 처음 입었을 때는 ‘아 이거 괜찮은 걸까...’라고 걱정했다. 아마 혼자였다면 하지 못했을 것이다. 멤버들과 같이하니까 그나마 자신감을 가지고 힘을 내서 의상을 입고 노래할 수 있었다. 게다가 재미있는 곡을 한 것이 아니라, 발라드를 불러서 ‘우리 세 명의 모습이 이상하지 않을까?’라며 약간 걱정도 됐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정규 3집 앨범 ‘플라워’의 발매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그는 “1년8개월 만에 솔로 앨범이 나온다.”면서 “곧 새 노래와 무대에서 여러분을 만나게 되는데, 많은 기대를 해 달라. 오늘 이 자리까지 와 주신 여러분의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 고마움을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가 노래를 부르자 분위기는 이내 최고조에 달했다. 김준수는 이 자리에서 ‘UNCOMMITTED’ 등의 곡을 완벽한 라이브로 소화해 좌석을 가득 메운 팬들을 매료시켰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는 혼신을 다한 무대로 공연장을 뜨겁게 달궜다.
감사의 의미
어느덧 마지막 날 아침이 되었다. 2박3일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를 만큼 그와 함께한 시간들은 빠르게 지났다. 벌써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하지만 이날 오전에도 팬들의 아쉬운 마음을 훈훈하게 해 줄 특별한 순서가 마련되어 있었다. 바로 김준수가 직접 바리스타가 되어 팬들에게 커피를 제공하는 이벤트가 준비된 것.
약속한 시간이 되자 ‘금발의 바리스타’ 김준수가 계단을 타고 내려왔다. 검정색 카라와 흰색 셔츠를 입은 댄디한 차림이었다. 깔끔하게 앞치마를 둘러 단장한 모습이 만화에서 갑자기 툭 튀어나온 순정의 주인공 같았다. 그윽한 커피 향기가 토스카나호텔 로비를 가득 채웠다.
자신의 차례가 다가오길 기다리는 팬들은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소녀의 감성으로 돌아간 듯 보였다. 그는 한 사람, 한 사람과 눈을 마주치며 커피를 건넸다.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이름을 불러주었다.
바리스타가 된 그의 모습은 여러 가지 의미로 다가왔다. 단순히 자신이 좋아하는 기호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팬과 공유한다는 마음 씀씀이가 예쁘고 넉넉하게 다가왔다. 이러한 이벤트가 그 자신에게도 행복이겠지만, 팬들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각인될 것을 생각하니 더욱 그랬다. 게다가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거대한 콘텐츠로 승화시킨 기획력도 놀라웠다.
김준수를 닮은 ‘감성여행’
‘감성여행’의 대미를 장식한 송영 행사는 세미나동 뒤편 야외 공연장에서 진행됐다. 대형 스크린과 최고급 음향시설을 갖춘 300석 규모의 시설이다. 그가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들었다.
“이번에 처음 오신 분 계세요?”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말을 이어갔다.
“좋은 추억이 만들어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비록 여기서 헤어지지만, 곧 제가 일본에 가니까 그곳에서 다시 만나 예쁜 추억을 또 한 번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이별의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있었다. 여기저기에서 눈물을 훔치는 팬들의 모습이 보였다.
“오늘 일본으로 돌아가시는 건가요? 모두 조심해서 돌아가시고, 또 만나요.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팬들은 그에게 ‘하래오토코’라는 별명을 지어주었다. 어떤 모임이나 행사에 그 사람이 참석하면 오던 비도 그치고 해가 난다는 의미다. 팬에게 김준수는 그런 존재였다. 해를 부르며 맑은 기운을 전하는 사람이었다.
그를 태운 검정색 밴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팬들은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바람이 머리맡으로 흩날렸다. 하지만 첫 날의 그 바람이 아니었다. 다음에 다시 만나길 기약하는 약속의 바람이었다.
Writer 김현청 Photographer 민정연, 나라 세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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