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두 <문제없어요>
어둡고 칙칙한 공간의 수수함과도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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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누군가는 그의 음악을 들으면 입에 대지도 않는 술을 마셔볼까 싶어진다 했다.
그는 1978년 8월 13일 서울에서 태어나 주로 부산에서 자란 싱어송라이터다. 활동 모토는 ‘맑고 고운 영혼’. 포크와 컨츄리와 발라드, 그 사이 어딘가쯤의 장르에 기반을 둔 음악을 한다. 개인적으로는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조니 캐쉬와, 최근 별세한 음유시인 레너드 코헨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대표곡으로는 (한 인터뷰에서 그는 사실 이 곡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어쨌든) ‘문제없어요’가 있다.
이미 꽤 많은 매체에서 그에 대한 담론을 다뤄왔고, 그럴 때면 언제나 비슷한 수식어가 붙었던 것 같다. ‘가장 투박하게, 또 가장 순수하게 노래하는 부산 사나이’ 이렇듯 그를 설명하기 위해 아주 상반된 두 가지의 표현이 필요하다. 그를 아주 처음 보게 된 건 한 영상에서였는데, 그는 부산 말씨로 “저는 사람이 죽으면 새벽별이 된다고 믿습니다.”라고 담담히 이야기하고 있었다. 특유의 투박한 말투에서 나오는 새벽별이라는 아주 여린 단어가 몹시 어색하게 느껴졌고, 그래서 그게 좋았다.
글 라어진 일러스트 권예원
김일두 <문제없어요>
그 어둡고 칙칙한 공간에서
당신의 수수함은 횃불 같아요.
눈 오는 이 밤, 세상의 엄마들 다음으로
아름다운 당신과 사랑의 맞담배를 피워요.
당신이 이혼녀라 할지라도 난 좋아요.
가진 게 에이즈뿐이라도 문제없어요.
그게 나의 마음.
당신이 진심으로 원한다면
담배뿐 아니라 ROCK N ROLL도 끊겠어요.
15번 버스 타고 특수용접 학원에도
지하철 타고 대학입시 학원에도 다닐 거예요.
그대가 날, 사랑해 준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