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엔 붙이고 싶은 수식어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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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천득 ‘오월’
오월이 있는 오후에 산책에 나설 수 있다는 건 크나큰 축복이다.
누군가는 반소매를, 누군가는 긴소매를 입고 거리를 걷는다.
신록의 계절, 오월. 옅어져 가는 첫 번째 계절과
짙어져 가는 두 번째 계절 사이에서 수양버들은 실한 열매를 맺고 있다.
마치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다움을 탐하는 것처럼 보인다.
오월의 심미성을 두고 이야기하자면
이 세상에 나쁜 일은 조금도 없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글 라어진 사진 김보경
잊기엔 너무 아까운 것들
오월을 유독 사랑했던 피천득 작가는 볕 좋은 오월에 태어나 오월에 생을 마감했다. 그는 그의 수필집 ‘인연’에서 오월을 두고 이렇게 표현했다.
‘스물한 살이 나였던 오월. 불현듯 밤차를 타고 피서지에 간 일이 있다. 해변가에 엎어져 있는 보트. 덧문이 닫혀 있는 별장들. 그러나 시월같이 쓸쓸하지 않았다. 가까이 보이는 섬들이 생생한 색이었다.’
누구나 선명히 기억하는 인생의 장면을 가지고 있다. 의도치 않게 여태 연명해온 기억부터 결국 많은 것에 무뎌지는 나이가 된다 할지라도 언제까지고 품고 싶은 기억까지. 모두 잊기엔 너무 아까운 것들이다. 한없이 부랑하던 마음과 더없이 훌륭한 배경이 되어 주었던 날씨의 감촉이 그 속을 유영하고 있다. 잊지 않으려는 마음이 커져서 장면이 또렷해지는 것일까, 장면이 또렷해지니 그 마음 역시 커지게 된 것일까. 어느 쪽이든 그것은 진해지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짙어져 가는 5월의 이파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