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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9시 입니다."

by 월간김현청 posted Oct 18,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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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퇴근 시간은 늘 마음이 설래인다.
사랑하는 아들을 만난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아들의 귀여운 목소리, 장난기 어린 웃음, 사랑스런 행동 하나하나가 스치고 지나갈때마다 입가에는 미소가 번진다.
가끔 차에서 내리기가 무섭게 아들의 환영을 먼저 받기 위한 아내와 나의 달음질도 벌어진다.


오늘은 서울 출장이 있던터라 아내와 나는 각자 차를 몰고 퇴근을 했다.
아내는 먼저 집에 들어가고 나는 어머님 댁에 있는 아들을  태우고 집으로 향했다.


차에 탄 아들 대현이는 늘 그랬듯이 쉴 새 없이 신이 나서 떠든다.
"아빠 저게 뭐야?"
"아빠 여기는 어디야?"
"원영이네 약국이다"
"어 기차 가려고 그러나봐."


그리고는 하루동안에 벌어진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쉬지 않고 쏟아 놓는다.
늘 대부분 똑같은 이야기지만 늘 처음 본 것처럼, 새로운 것인 양 이야기 한다.


"대현아?"
난 아들의 주위를 환기 시켰다.


"왜요?" 대현이가 대답했다. (대현이는 아빠의 분위기에 따라 어투가 존댓말로 바뀐다.)


"아빠 사랑해?" (누구나 그렇듯이 행복한 순간에 하는 습관적인 질문이다.)


"어 사랑해"(언제나 그랬듯이)


"사랑이 뭐야?" 나 스스로도 뜻하지 않은 질문은 했지만 대현이가 뭐라 답할지 기대가 됐다.


"...... 어 ...."
대현이는 잠시 할 말을 잊었다.


"9시입니다." 갑자기 짧은 적막을 깨고 차안에 설치된 GPS에서 9시를 알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어~ 9시야" 대답이 궁색했던 대현이는 신이나서 GPS를 따라 대답했다.



"어 맞아 사랑은 9시야. 우리 대현이 정말 똑똑하네."



그래 사랑은 9시구나. 아빠 엄마가 대현이를 그리워하며 도착하는 시간, 대현이가 엄마 아빠와 쉴 새 없이 재잘거리는 시간.

지금 누군가 나에게 사랑이 뭐냐고 묻는 다면 12시 5분이라고 해야겠다. 평화롭게 잠든 아내와 아들의 볼에 입을 맞추고 나온 12시 5분....


영원을 흐르는 시간만큼이나 수많은 사연과 정의를 가진 것이 바로 사랑일진데,  사랑을 시간의 한 순간으로 대답한 아들의 정의는 참으로 의미있는 것이라고 여겨진다.  그래 사랑은 시작도 끝도 없이 흐르는 시간만큼이나 많은 사연을 가지고 있지...



아들아! 너는 오랫동안 머뭇거리게 한 사랑에 대한 답을 알려주었고 그것을 또한 가슴깊이 느끼게 해주었구나.


고맙다. 너란 존재를 느끼는 사랑의 이 시간들로 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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