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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ume 05 | 땅끝이야기5

by theb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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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푸아의 원주민들은 전통을 부끄러워하고 불편해한다. 그들의 문화와 전통은 단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되고 있다. 그들은 관광객을 위해 전통의상을 입고 춤을 추며 과한 행동과 소리를 낸다. 생필품은 관광 상품으로만 존재한다. 도시로 나간 자식의 학비를 벌기 위해서 전통의상을 입고 춤을 추는 파푸아인들의 애환과 삶을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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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의 아이
파푸아의 공동체 문화와 이방인에 대해 배타적인 성향을 알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들도 많다. 그중 파푸아의 수백 부족들 가운데 ‘배반’을 최고의 미덕으로 꼽는 사위족 이야기는 돈 리처드슨의 ‘화해의 아이’(PEACE CHILD)라는 책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바 있다. 사위족에게서는 이방인을 완벽하게 속이고 배신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미덕이자 소양으로 인정받는다. 사위족이 주변 부족이나 이방인들에게 베푼 친절과 호의는 결국 그 사람을 잡아먹기 위한 ‘미끼’다. 돈 리처드슨은 이것을 “살해를 위해 우정으로 살찌운다.”라고 표현했다. 그의 저서에서 무려 90여 페이지를 할당해 사위족의 배반의 문화를 자세히 서술해 놓았다. 파푸아의 선교사였던 그는 ‘예수’보다 예수를 배반하고 거짓 입맞춤으로 예수를 은화 20에 팔아넘긴 ‘가롯 유다’의 이야기에 더 환호하고 숭상하는 사위족들 때문에 곤란을 겪은 이야기도 기술되어있다. 
파푸아 남쪽 해안지대에 위치한 부라자강의 아스맛족이나 정글을 가로질러 흐르는 맴브라모강의 여러 부족 그리고 와메나 분지의 다미족의 배타적 성향과 호전성도 익히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는 부족을 지키고 정글의 식량을 확보하기 위한 전쟁을 불사하고 또다시 이를 보복하고 차지하려는 전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졌다. 얼마나 많은 전쟁이 이어졌는지 파푸아에서는 집도 생활용품도 심지어는 강을 이동하는 카누마저도 전쟁을 염두에 두고 만든다. 전쟁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따로 있을 정도로 전쟁은 생존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었다.
파푸아에서 끝없이 반복되는 전쟁의 고리를 끊는 방법은 한 부족이 더 깊은 정글로 이주하거나 혹은 서로 보복하지 않겠다는 확실한 약속 아래 서로의 자식을 인질로 교환하는 것이다. 가족애가 깊어 전쟁과 식인도 불사하는 파푸아의 문화에서 자신의 자녀를 다른 부족에게 내어 준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더 큰 살상을 막기 위해 서로의 자식을 교환하는 것이다. 이를 일컬어 ‘화해의 아이’라 불렀다. 서로의 자식을 인질로 잡은 동안에는 평화가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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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없이 맞이한 현대문명
파푸아의 원주민들은 자연 그대로 살아간다. 자연에서 태어나고 자연으로 돌아간다. 보이는 모든 것은 자연 그대로다. 그러나 최근 파푸아의 정글에도 자가발전기가 들어오고 텔레비전이 놓여졌다. 마을 공동체가 어린아이들을 교육하던 것에서 학교가 있는 먼 곳으로 어린아이들을 유학 보낸다. 하루 먹고 하루 살면 충분하고 자연에서 제공하는 먹을거리를 욕심을 부리지 않고 취할 것만 취하던 그들의 평범한 일상이 더 풍족한 삶을 위해 돈을 벌고 교육을 위해 부를 축적해야 하는 각박한 상황에 이르렀다. 그들은 더 많은 돈벌이를 위해 관광객을 대상으로 공연하고 사진을 찍는 대가로 돈을 받는다. 
다행히 NGO와 종교단체가 파푸아 정글 곳곳에 학교와 병원을 세워 그들을 돕고 있지만, 현대화의 어두운 그림자는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실정이다. 준비되지 않은 채로 맞이한 도시문명의 침투로 젊은이들은 술과 환락에 빠져들고 있다. 외지 문명이 가장 많이 자리 잡은 와메나 지역에서는 술로 인해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거나 문제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뒤늦게 와메나에서 술 판매를 금지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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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은 이어질 수 있을까? 
앞서 말했듯이 외부와 철저히 단절되어있던 원시 부족 공동체가 무너지고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 정부는 파푸아의 광물자원과 정글 개발을 위해 원주민들이 이주할 집과 전기와 통신시설까지 설치해주며 원주민 동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미 10년 전 파푸아 정글에서 한국의 인기 드라마였던 대장금을 원주민들이 시청했다. 파푸아 정글에도 대도시의 문화와 유행이 텔레비전을 통해 보급되고 있다. 위성전화와 휴대 전화를 가진 원주민들이 도시에 나간 자녀들과 소통을 하고 있으며 날이 저물면 잠자리에 들던 그들이 늦은 밤까지 텔레비전을 시청하며 도시의 이질적인 문명을 접하고 동경한다. 전통문화는 관광객 맞이하기 위한 쇼에서나 볼 수 있다. 원시의 생활도구는 관광객에게 판매하기 위한 관광 상품으로 전락하였다. 부족의 원로들은 전통의 맥이 단절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지만, 젊은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정글을 떠나 도시로 향하고 있다. 최후의 원시 문명이 지구 역사상 현대문명의 침투로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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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꽃은 아름답네….
하지만 아직도 문명의 혜택을 못 보는 곳은 파푸아 정글 곳곳에 존재한다. 파푸아의 야우끼모라는 곳에서는 예닐곱은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영양실조로 배는 빵빵하게 부어오르고 다리는 나뭇가지처럼 앙상하다. 뛰고 달려야 할 아이들이 걷지도 못하고 앉은뱅이가 되어 땅을 뭉개며 이동한다. 필자가 도착하기 전 10여 일 동안 15명의 원주민과 어린아이들이 말라리아와 영양실조로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부라자강에 연결되는 바다에 인도네시아 정부가 대규모 항구를 건설하고 있지만, 원주민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자연과 함께 아름답게 살아야 할 정글의 부족들이 도시문명을 접하게 되면 접하게 될수록 더 많은 고통과 상실감을 얻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동행한 누군가 혼잣말을 한다. 
“여기도 꽃은 아름답네….”


 

 

the bom volume 05 <Classic Summer> '땅끝이야기5' 중에서

/사진 김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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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ing / Summer 2016

Volume 05 | Classic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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