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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도 다시 한 번

by 관리자 posted Dec 2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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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당신을 정말로 사랑해...” 1970년대 그룹 라나에로스포의 멤버 은희라는 가수가 부른 가요 ‘사랑해’ 가사의 일부입니다. 중년을 넘겼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이 노래를 20년 전 한 요양원 레크리에이션 시간에 환자와 환자의 가족들과 함께 불렀습니다. 이 시간은 무료한 환자들에게 웃을 시간도 필요했겠지만 웃음과 건강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요양원에서 환자들의 건강을 위해 마련한 시간이었습니다. 통기타를 치며 “사랑해 당신을 정말로 사랑해...”라는 가사가 담긴 노래를 율동과 함께 부르고 노래 끝에 “가장 가까운 사람끼리 사랑한다는 말을 오히려 잘하지 않는다.”며 옆에 있는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해보라고 권했습니다. 참가자 대부분 어색해 하고 쑥스러워 했지만 사회자의 강요에 동석한 아내나 남편, 혹은 자식이나 부모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건넸습니다.

 

레크리에이션이 끝나자 한 중년 아주머니가 진행자에게 다가왔습니다. 지병으로 초췌한 모습이었지만 표정은 매우 행복하고 밝아 보였습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결혼 30년 만에 남편에게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처음으로 들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남편이 미워서 얻은 병인데 남편의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로 남편을 미워하는 마음이 다 사라졌어요.”

뒤따라온 남편이 행복해 하는 아내의 어깨를 툭 치며 사랑한다는 말하기가 쑥스러웠는지 “사랑해 당신을 정말로 사랑해~~”라고 다시 한 번 노래의 후렴구를 부르며 웃음을 지었습니다. 필자가 20여 년 전에 레크리에이션을 지도하며 실제로 겪었던 일입니다. 수십 년 동안 남편을 미워하던 아내의 마음이 사랑한다는 한마디에 눈 녹듯이 녹아내린 것입니다.

 

 

그럴 수 있나?

어느 날,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은 직원이 찾아왔습니다. 동료 중에 미워하는 사람이 있는데 도저히 함께 근무할 수 없을 것 같아서 괴롭다고 말합니다. 전화 받는 목소리도 싫고, 함께 밥 먹으러 가는 것도 싫고 하는 짓이 모두 밉다는 것입니다. 한 공간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싫다는 것이었습니다. 회사는 좋은데 동료 직원이 미워서 회사를 그만 둬야할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참 안타까운 상황이었습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동료에 대한 미운털이 박혀서 어떤 짓을 해도 밉게 보이나 봅니다. 미워하는 맘이 얼마나 심한지 툭하면 의도적으로 상처를 주는 말을 하게 된답니다. 말을 가만히 들어보니 없는 것도 과장합니다. 오다가다 만나는 사이면 안보면 그만이지만 가족들 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지내야하는 직장동료를 미워하니 어떻게 해야 할까요?

 

미움으로 가득 찬 직원에게 무슨 이야기를 할까 고민하다가 문득 ‘며느리와 인절미’ 이야기가 생각이 났습니다.

자신에게 온갖 궂은일을 시키며 남들에게는 자신의 험담을 하는 시어머니를 미워하던 며느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시어머니가 얼마나 미웠던지 그 마음이 쌓이고 쌓여 며느리는 시어머니 목소리만 들어도 숨이 막힐 지경이 되어 버렸습니다. 견디다 못한 며느리는 용하다는 무당을 찾아가 고민을 털어 놨습니다. 며느리의 이야기를 들은 무당은 시어머니가 좋아하는 인절미를 하루도 빼놓지 않고 백일 동안 정성껏 해드리면 백일 후에 미운 시어머니가 죽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며느리는 집으로 돌아와 하루도 빼놓지 않고 따끈한 인절미를 정성을 다해 만들어 시어머니에게 드렸습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자 시어머니의 태도가 조금 달라졌습니다. 인절미 만드는 며느리가 힘들지 않도록 궂은일을 시키지 않았습니다. 두 달이 지나자 시어머니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자신을 위해 인절미를 정성을 다해 만드는 며느리에게 감동했습니다. 험담을 일삼던 시어머니는 이웃사람들에게 침이 마르도록 며느리를 칭찬을 했습니다. 백일이 가까워지자 며느리는 자신을 웃는 낮으로 대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 시어머니를 죽이려고 한 자신을 죄스러워하며 무당을 찾아 갔습니다. 그리고는 시어머니가 죽지 않는 방법만 알려주면 있는 돈을 다주겠다면 눈물을 흘렸습니다. 무당은 웃으면서 “미운 시어머니는 벌써 죽지 않았나? 이제 좋은 시어머니만 남았으니 공경하며 살라”고 말했습니다.

 

 

그럴 수 있지...

미움을 받는 대상보다 미운 마음을 품은 사람이 더 괴롭고 어렵습니다. 미움이라는 감정에 사로잡히는 순간 그것은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그리고는 모든 일상을 짓누릅니다. 모든 것이 왜곡되고 삐딱해 집니다. 미움이란 감정은 문제의 본질을 볼 수 없게 합니다. 헤겔은 “마음의 문을 여는 손잡이는 마음의 안쪽에만 달려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미움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미움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를 미워하는 자기 자신입니다.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오직 자신입니다. 타인의 마음의 빗장도 내가 열수 없기 때문입니다. 상대를 바꿀 수는 없지만 자기 자신은 바꿀 수 있습니다. 미운시어머니에게 매일 정성껏 인절미를 해드린 며느리처럼 스스로 마음의 빗장을 열고 관계회복을 위한 의도적인 행동을 하다보면 이해와 관용의 마음을 갖게 됩니다.

 

미움은 “그럴 수 있나?”라는 원망에서 시작됩니다. 하지만 이해는 “그럴 수 있지...”라고 합니다. “그럴 수 있나”라는 미움의 감정이 마음을 사로잡을 때 “그럴 수 있지”라며 내 안의 문을 먼저 열어야 합니다. 그리고는 따뜻한 인절미 한 대접 정성을 다해 대접해야 합니다. 미움을 마음에 품고 있을 때 그것은 항상 나 자신을 파괴합니다. 나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그럴 수 있지...”라고 말하며 마음의 문을 열어봅시다.

 

 

-김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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