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Trauma)'라는 말이 있다. 사전적 의미로는 정신적 외상 증후군 혹은 정신적
스트레스 장애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트라우마는 콤플렉스(Complex)를 일으킨다.
칼 융(Karl Jung)은 인간이 어떤 일에 대해 가끔 매우 고집스런 반응을 보이며, 자신도
통제할 수 없는 강한 감정을 보일 때가 있는 데 그것이 바로 콤플렉스라고 이야기했다.
콤플렉스가 위험한 것은 자기의 의지와 상관없이 무의식 깊이 자리 잡아 스스로의 태도,
행동, 증오, 질투, 혐오, 공포, 열등감, 죄책감 등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트라우마는
극복해야하며, 콤플렉스는 벗어나야 한다.
그랑 블루는 트라우마에 대한 영화이자, 콤플렉스에 대한 영화이다.
프리다이빙을 하던 아버지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도한 자크(장 마르크 바)는 물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지 못하고 고향을 떠나가지만, 친구인 엔조(장 르노)의 도움으로 다시 물로 돌아온다.
하지만, 그에게 물은 여전히 트라우마이자 콤플렉스였다. 사랑도, 우정도, 명예도 그를
구원하지 못했지만 결국 그를 다시 구원해 준 건 그가 가장 두려워 한 물이었다.
푸른 바다로의 심연(深淵), 그것은 그에게 피할 수 없는 깊은 우울이었지만 그는 심연을
통해 구원을 얻었다
나는 가끔 씩 이 영화를 볼 때마다 한 친구가 생각나곤 한다. 그의 깊은 우울과 심연은 푸른
바다와 많이 닮아 있다. 우리에게도 누구나 마음 속 깊은 곳엔 푸른 바다가 산다.
그리고, 저 깊고 짙푸른 바다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깊은 우울이라는 심연을 말해준다.
견딜 수 없이 힘들 때 우리는 그 깊은 심연으로 빠져들곤 한다.
벗어날지 못할지 모르는 깊은 심연에서 우리는 어떻게 헤엄쳐 나와 찬란한 빛을 마주치게
될 것인가?
그 해답도 여전히 나의 깊은 심연(深淵) 속에 있다.
[John Y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