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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ume 04 | 뮤지컬 '드라큘라' 짧지만 강렬했던 2주간의 여행

by thebom posted Feb 2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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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쉬듯 진화하는 ‘특화된’ 뮤지컬배우 김준수 


 

극의 흐름 주도한 탄탄한 연기력 
종합무대예술인 뮤지컬은 아름다운 선율의 음악,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무대효과와 조명, 화려한 의상 등 수많은 요소가 복합적으로 빚어져 완성된다. 하지만 결국 작품의 정점에 서 있는 건 배우다. 흠 없는 연기와 흔들림 없는 가창력, 앙상블과의 호흡이 중요한 안무까지 한순간도 흐트러지지 않는 완벽한 조화와 합일이 무대에 자연스럽게 녹아내려야 비로소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 
김준수의 존재감은 첫 장면부터 강렬하게 다가왔다. 낮게 깔린 목소리와 실루엣만으로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를 꽉 채우는 압도적 카리스마가 전해졌다. 컴퓨터 모니터를 형상화한 스크린에서 음성만 등장할 뿐인데도 특유의 에너지를 발산했던 전작 <데스노트>가 연상됐다. 
“환영합니다. 원한다면 들어오시죠.”
트란실바니아의 저택에 그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꿈속에서 부르는 듯한 몽환적인 목소리가 울려 퍼진 순간부터 ‘드라큘라’의 피는 이미 관객의 심장에 전이됐다. 섬뜩할 정도로 깊게 팬 주름과 성성한 백발, 반쯤 굽은 허리와 엉거주춤한 걸음이 오싹한 소름을 돋게 했지만, 거부할 수 없는 끌림이 보는 이의 마음을 훔쳤다. 
절절한 감정연기는 잔인한 핏빛 스토리마저 애절한 사랑의 향기로 바꾸는 힘이 되었다. 초연에 비해 한층 성숙하고, 깊이 있는 연기에 세종문화회관은 그대로 드라큘라의 브란성이 되었고, 관객은 ‘미나 머레이’의 심정으로 굳어버렸다. 영원히 죽지 못하는 숙명 때문에, 연인의 죽음을 지켜봐야 하고 피에 대한 욕망으로 끝없이 갈등해야 하는 비운의 주인공은 그래서 더욱 객석의 공감을 샀다. 
초연에서는 사람들의 뇌리에 고정관념처럼 박혀 있던 괴기스럽고 무서운 뱀파이어가 아닌,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드라큘라’의 모습을 실현하는 데 성공했다면, 재연에서는 한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의 변치 않는 애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 호평받았다. 

 

 

김준수_7_v4.jpg

 


명불허전 가창력 앞세운 천상 뮤지컬배우 
김준수가 출연하는 뮤지컬이 다른 작품에 비해 관객의 마음에 더욱 깊은 여운을 남기는 까닭은 뭐니 뭐니 해도 객석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가창력에 있다. 그는 노래를 통해 캐릭터의 감정선을 전달하는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매우 특화된 배우다. 어느 상황에서도 안정감을 잃지 않는 실력은 김준수가 여느 뮤지컬배우와 차별화되는 가장 큰 지점이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는 ‘드라큘라’의 애절한 감성과 매우 훌륭하게 맞닿으며 감동을 배가시켰다. 캐릭터의 미묘한 심리변화까지 섬세하게 표현하는 그의 음악은 세기를 뛰어넘는 슬프고도 운명적인 사랑을 다룬 이 작품을 더욱 위대하게 만들었다. ‘드라큘라’가 가진 상처와 슬픔, 격렬한 분노가 그의 목소리를 타고 동시에 표출됐다. 
김준수 자신 역시 “좋은 곡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극을 완성시킨다”고 말하며 만족감을 나타낼 만큼 뮤지컬 <드라큘라>는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선율의 음악을 지닌 작품이었다. 프랭크 와일드혼이 작곡한 넘버들은 비극적인 사랑과 등장인물의 감정을 극적이고 깊이 있게 표현하며 더욱 애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김준수의 장점 중 하나는 그가 어느 배우와 상대하더라도 가장 완벽한 하모니를 빚어낼 수 있는 빼어난 능력을 갖췄다는 점이다. 이번이 초연이었던 ‘미나’ 역의 임혜영이나 ‘반헬싱’ 역의 강홍석과의 연기에서는 이러한 점이 더욱 도드라지게 빛났다. 그는 숨소리 하나에도 감정공급의 과잉과 절제를 조율하며 상대가 편안하게 연기하고 노래할 수 있도록 여유 있게 리드했다. 

  

 

김준수_2_v5.jpg

 


다음 ‘행복’은 언제, 어떤 작품으로….
마치 제 옷을 맞춰 입은 듯 자연스러운 연기는 그의 귀환을 더욱 화려하게 했다. 어간의 올림이나 내림, 손끝의 미세한 떨림 하나까지 치밀하게 계산된 그는 열연은 물 흐르듯 매끄러웠다. 이를 위해 그가 얼마나 고민했는지 역력하게 볼 수 있어 고마웠다. 관객 입장에서는 그만큼 편안하게 관람하고,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상황을 납득하려 노력하거나 이해하려 애쓰지 않아도 되니, 훨씬 몰입이 잘됐다. 그의 성숙한 연기가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끝을 알 수 없는 비밀의 가면을 하나씩 벗어던지듯, 매번 다른 작품과 캐릭터로 오감을 만족시키는 유일무이한 배우. <드라큘라>의 프레스콜에서 작품에 대한 애착을 드러내며 “지금 이 순간이 무척 행복하다.”고 말했던 것처럼 ‘뮤지컬 장인’ 김준수와 함께했던 2주일 동안 관객들도 정말 행복했다. 그리고 벌써부터 다음 ‘행복’을 기약한다.

 

 

 

the bom volume 04 <작고도 큰 발견들> '뮤지컬 '드라큘라' 짧지만 강렬했던 2주간의 여행' 중에서

글·사진 김현청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Winter / Spring 2016

Volume 04 | 작고도 큰 발견들

 

★20160222_더봄vol4_표지_200px.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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